문학/오늘의 시

겨울 ㅡ 나무로부터 봄 ㅡ 나무에로 _ 황지우

ellyades 2021. 9. 13. 07:38

 

 

 

오늘의 시

 

 


겨울 ㅡ 나무로부터 봄 ㅡ 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 도
영하 이십 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 도 영상 십삼 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핀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황지우 시인의 '겨울 ㅡ 나무로부터 봄 ㅡ 나무에로'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꿋꿋하게 버티고 마침내 봄을 맞이하여 꽃피우는 나무의 굳은 의지와 생명력이 연속적인 시행 속에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거부하며 고통을 감수하면서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나무의 모습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극복의지를 드러냅니다.

 

나무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 격한 감정의 시어와 어조는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변화하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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