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의 시

청산별곡 해설

ellyades 2021. 9. 29. 00:12

오늘의 시

 

               
                 청산별곡

                                       작자 미상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없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사미 짐대예 올아셔 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노로기 매와 잡사와니, 내 엇디 하리잇고.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달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울어라)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근심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 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를 가지고, 물 아래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지내 왔지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 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독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누룩이 매워 잡으니, 내 어찌하겠는가.

 

 

 

 

청산별곡

 

 

청산별곡은 작자 미상의 고려 가요로 고려시대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총 8연의 형태로 1~4연과 5~8연이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1연의 '청산'에 대칭되는 '바다'가 5연이 아닌 6연에 나타나 있으며, 2연의 '새'에 대칭되는 시어인 '돌'은 6연이 아닌 5연에 나타나 있습니다.

 

1연의 '청산애 살어리랏다'라는 표현에는 화자가 청산에 살고 싶어하거나 청산에 살고 있다는 중의적 의미가 드러납니다.

 

즉 화자가 현재 청산에 살고 있지 않다면, 청산을 현실도피나 이상향의 장소로 생각해 동경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화자가 이미 청산에 살고 있는 경우라면, 청산에 사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한탄하고 있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6연의 '바라래 살어리랏다.'의 시행도 1연의 '청산'과 같이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연에서 화자는 우는 새에 감정을 이입하여 자신의 비애와 고독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대칭되는 5연에서 화자는 누구를 맞히려 했는지 모를,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맞아,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울고 있는데, 이 역시 화자의 비애와 고독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청산별곡

 

 

3연에서 화자는 '잉무든 장글'을 가지고 '가던 새'를 보고 있습니다. 청산별곡은 작자 미상으로 화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적화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3연은 여러 의미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시적화자가 유랑민일 경우 '가던 새'는 '갈던 사래(밭)'으로, '잉무든 장글'은 '이끼 묻은 쟁기'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연한 여인으로 볼 경우 '가던 새'는 '이별한 임'으로, '잉무든 장글'은 '이끼 묻은 은장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화자를 좌절한 지식인으로 볼 경우 '가던 새'는 '함께 하던 벗'으로, '잉무든 장글'은 '날이 무딘 무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와 대칭되는 7연 역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화자는 '에졍지' 가다가 '사슴이 장대 위에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는 것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거나 실제로 사슴분장을 하고 장대에 올라 해금을 연주하는 광대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연에서 화자는 '나즈란 디내와손뎌~바므란 또 엇디 호리라.'고 하며 어둠이 몰려오는 밤의 시간에 느끼게 될 절망적인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와 대칭되는 8연에서 화자는 '설진 강수'를 빚는 것을 보고, 술로서 현실의 괴로움을 잊고자 합니다.

 

 

 

청산별곡 해설

 

 

위와 같이 청산별곡은 고도의 상징성과 정제된 형식미를 보여주며 삶의 비애나 실연의 슬픔, 유랑민의 슬픔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또한 음악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3.3.2조의 3음보 율격과 'a-a-b-a' 구조를 보이며, 연마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이라는 후렴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비애감과 달리 'ㄹ', 'ㅇ' 소리의 반복으로 경쾌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이질감은 괴로운 현실을 노래로 풀고자 했던 당시 고려인의 미의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